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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시장 이야기

재누리 2013. 3. 29. 20:35

  신포 패션 문화의 거리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늦은 오후, 신포동 패션문화의 거리와 신포시장을 찾았다.

여느 쇼핑거리들이 그렇듯,

 해가 있는 시간은 그닥 환영받지 못한다.

어둠이 내려앉고, 달빛과 별빛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만큼 네온사인의

반짝거림이 극에 달할 때, 쇼핑거리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비오는 평일 오후, 신포 패션문화의 거리 모습은

 마치 잠에서 덜 깬 장난꾸러기 같다.  

신포동 패션문화의 거리의 번성은 신포시장의 번성과 맞물려있다.

전국 3대 상권의 하나였던 신포시장이 최초의

쫄면과 유명한 신포만두, 역시 신포시장의 원조 음식인 닭강정 등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전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고,

주변의 상권까지 덩달이 발전하며 신포동 패션문화의 거리는 19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시청의 구월동 이전과 함께 인천항만의 확장과 그로 인한 환경피해는 중구 거주 인원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었으며 이후 IMF 사태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경제가 위축되면 그렇듯, 사람들은 문화와

패션에 가장 먼저 돈 씀씀이를 줄이게 마련이다.

신포시장을 비롯한 신포 패션문화의 거리는 생기를 잃게 되었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에서 오는 법! 2001년 우선 외관적으론 빨간색이 인상적인 특수 재질의 도로 코팅으로 젊음을

 더하고, 인도는 화강석으로 깔아 단단함을 더하고,

전신주를 연결하는 전선은 모두 땅속으로 박아 깔끔함을 더해

 밝고, 깨끗한 거리로 변신을 꾀했고, 또 은은한 간접조명 방식의 색다른 디자인이 돋보이는 패션 가로등까지 설치

되였다고 하니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선 더이상 생기잃어 쓸쓸한 거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외관적 변화에 인천펜타포트페스티벌과 같은 각종 축제로 내실을 더하고, 차이나타운에서 아트플랫폼, 신포

패션문화의 거리까지 연결되는 일본 적산가옥 골목을 따라 예쁜 카페와 공방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모습, 미래의 희망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 신포동. 한동안은 비어있던 그 공간

속으로 사람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먹거리가 넘치는 신포시장


 

대부분이 그렇듯, 쇼핑 후엔 자연스레 먹을 것이 당기지 않는가? 그럴 땐 신포동 패션문화의 거리 중간에 위치한

신포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신포시장은 19세기 말 개항장을 통해 들어온 중국인들이 산둥성 일대에서 채소 씨앗을 가져와 배추, 무, 양파, 토마토,

 당근, 피망, 우엉, 마, 연근 등을 재배해 일본인, 서양인을 상대로 팔기 시작한 푸성귀전에서 유래가 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IMF 사태를 거치면서 잠시 주춤했던 시장경제는 이후 아케이드 공사를 통한 시설 현대화를 이뤄

좀더 이용하기 편한 시장이 되었으며, 최근엔 신포국제시장 지원센터가 들어서면서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국제

상인까지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한다. 이젠 국제적인 시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시장 안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 정답아닐까?

무심한 듯 달아놓은 무게에 반바가지를 더 담아 내미니 오히려

 사가는 손님이 고개를 숙인다. 재래시장의 최대 강점인 덤과 인정이 시장을 푸근하게 만든다.

 

 

 

원조 신포만두가 인근에 있어서인지 다른 곳보다 이곳 시장은 만두 파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다.

광장시장의 순희네 빈대떡이 유명세를 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광장시장 내에서 빈대떡을 팔 듯 보이는 곳곳에서 그렇게 수제만두가 팔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컬러왕만두가 눈에 띈다.

천연가루로 색을 낸다는 이곳의 만두들은 들리는 풍문에 그 모양새만큼 맛값도 한다고 한다.

 

 

 

마침 만두를 갓 쪄낸 곳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일명 나뭇잎접기식 만두의

주름이 가지런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얇은 만두피 사이로 비치는 만두소가 절로 군침을 삼키게 한다.

꾸울꺽! 누가 들었을새라  민망한 마음에 얼른 발걸음을 옮겨본다.

 

 

 

색다르게 빈대떡 파는 곳을 발견했다.

틈새시장을 노린 아저씨의 판매전략일까? 도톰하게 부쳐진 빈대떡이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차이나타운이 가까이에 있으니 공갈빵도 빼놓을 수 없는 신포시장의 먹거리이다.

동그랗지 못한 울퉁불퉁한 모양새가 오히려 정겹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신포시장의 가장 소문난 먹거리는 닭강정이지 싶다.

원조 닭강정집엔 이렇게 많은 양의 닭들이 제 한몸 불살라가며 튀겨지고 있어도 기다리는 줄이 엄청나다.

 

 

 

바삭바삭 노릇노릇하게 튀겨지는 닭강정은 이대로도 충분히 제 맛을 할 듯 싶으나,

 

 

 

뜨거운 김 가시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윤기 좌르르 흐르는 매콤한 양념소스에 재빨리 버무려 묻혀낸 후

 

 

 

매워서 얼얼한지, 뜨거워서 화끈거리는건지 모를 그때 한입 베어물어야 제 맛이다.

위에 뿌려진 땅콩가루는 고소함을 더해준다. 맛의 변화가 입 안에서 춤춘다.

 

 

 

그리고 배에 여유가 있다면 신포의 또하나 원조 음식, 쫄면도 드셔보시라.

냉면 면발을 만들려다 실수로 만들어졌다는

 쫄면사리가 지금 우리가 먹는 쫄면의 형태로 최초로 만들어져 팔리게 된 곳이 바로 신포라는 사실!!!!!

옛날 학창시절 먹었던 딱 그맛의 매콤새콤달콤한...

아주 쫄깃한 식감이 학창시절 추억을 되살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