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덕분에 그(피난) 고생은 덜했지” 김금은(89)할머니가 들려주는 피난시절이야기 |
내가 원래 태생은 충청도 공주인데 열여섯에 부평으로 시집을 왔어. 부평서 농사지을 적에 육이오를 만났지. 난리가 났으니까 어떡해. 피난 가야지. 그때 우리 집에는 아흔 살 되신 시아버지만 있었고 바깥양반은 제국민병(징용) 끌려 나가고 없었어. 그래도 데리고 피난 나가려고 인제 밤새도록 미싱에 앉아서 버선이며, 방한모자며 만들어 쌓아 놓고, 새벽에 달아나려고 쌀을 씻어 놓고, 술을 한 항아리 해서 아랫목에 싸 놓았어. 시아버지 잡수시라고. 그렇게 해서 갈 준비를 해 놓았는데, 새벽녘에 시아버지가 들어오셔서는 글쎄 ‘느그들은 인제 죽어서나 저승에서 만나자’고 하면서 그 여섯을 다 가서 이마를 대고 우셔 글쎄. 가만히 미싱을 돌리다 말고 생각해보니 거기서 살 거면 여기서도 살고 여기서 죽을 거면 가도 죽을것 같아 그냥 포기를 해 버렸어. 나도 피난을 갔으면 그 쫄망쫄망한 애들 여섯을 데리고 얼마나 고생이 될 거야. 그런데 나는 시아버지 덕분에 그 고생은 덜 했지. 그렇게 집이 크니까 육이오 때 저기서 넘어온 사람들도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도 들어오고, 그 피난꾼들 저기 하느라고 아주 혼났어. 한 놈이 나가 가지고서는 저기 큰 향나무 있는 집에 술도 있고, 쌀도 있고 하니까 가서 해 오라는 거야. 보니까 그 집은 우리 바깥양반하고 둘도 없는 친구네였어. 그래도 계속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엄살을 피웠더니 총을 또 한 번 그어 대더라구 그래서 할 수 없이 술을 가지러 갔지. 술을 짜서 세되를 병에 담아 놓고 양푼에 남아있던 술을 주니께 자기들끼리 마시더라구. 그래서 그렇게 먹고는 인제 죽인다는 말 안하고 총대를 딱 꺾고 어깨에 걸더라고. 그래서 인제 떨리는 게 한시름 놓이더라구 고놈의 총대 꺾는 걸 보니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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