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항기 인천 요릿집에 대한 시선
요릿집은 기생을 두고 술과 요리를 파는 곳을 지칭한다. 어느 시대건 술과 요리, 그리고 기생이 결합된 형태가 있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자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인천잡시』에는 요릿집과 관련된 한시가 등장한다. 그것도 일본, 청, 조선의 경우가 공존하기에 이에 대해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물론 각국의 요릿집에 대한 시선의 주체는 전환국 직원이면서 『인천잡시』의 저자 요코세 후미오(橫瀨文彦)이다.
▲ 일본공원 부근 정경 | ||
<공원주루>
화려한 난간 앞에서 낮게 노래 부르며 술을 조금 마시니,
만경의 잔잔한 파도 아득하여 연기와 같도다.
명월루(明月樓)에서는 명월야(明月夜)가 제 멋인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소리에 신선이 된 듯하구나.
또 말하길, 한 번 읽음에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된 느낌이 있다.
무엇이 공원의 짧은 봄을 차지하는가,
수명(水明)과 명월(明月)이 이웃해 있다.
분 향기 미인 그림자 어느 곳이 좋은가,
괴로워하는 정도 많고 한도 많은 사람이어라.
또 말하길, 두 주루는 이웃해 있어서 하나의 작은 양주(楊州)가 된다. 허리에 십만관(十萬貫)이 없음을 한스러워 한다.
제목이 ‘공원주루’인데 여기서 공원은 지금의 인천여자상업학교 일대에 조성된 일본인공원을 말한다. 한시에 나타나 있듯이 공원 안에 “수명(水明)과 명월(明月)이 이웃해” 있었다. 수명루에 대해서는 『인천사정』의 저저이면서 당시 조선신보사 기자였던 아오야마(靑山好惠)가 “제물포의 빼어난 풍경은 일본공원에 있고 일본공원의 기묘함은 수명루에 모였다”고 지적을 했고, 명월루에 대해서는 저자가 경험한 듯 ‘명월야(明月夜)’와 ‘피리소리에 신선’을 운운하고 있을 정도로 공원과 함께 주루의 풍광이 뛰어났다. 공원주루에 대한 마쓰모도(松本正純)의 단평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된 느낌’이나 ‘십만관(十萬貫)이 없음을 한스러워’ 한다는 부분에서 이러한 면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요릿집에서 한 사람당 요릿값이 1엔20전이었는데 이는 일본인 목수들의 하루 일당과 다름 아니었을 정도로 부담이 큰 액수였다.
▲ 일본조계번화가 | ||
누각마다 악기 소리 끊겨 고요한데,
구운 고기는 식었고 잔만 남겨져 오경(五更)에 이르렀다.
그림자 주렴에 비치고 때마침 말소리 들려오니,
원앙은 경성에 함께 갈 것을 서로 약속한다.
또 말하길, 근자에 인천의 제일 가인(佳人)이 어떤 사람에게 팔려 경성으로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시에서 말한 것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일을 말한 것이 아니겠는가.
거문고 노랫소리 드높고 흥은 한창 무르익어,
요염한 여인들과 어지러이 엉켜있다.
해상(海商)들은 때때로 뜻밖의 이득을 얻어,
호화롭게 놀면서 속물적인 연회를 벌인다.
또 말하길, 이러한 광경이 가끔 있었다.
누각의 미인에겐 술은 눈물과 같고,
노래는 괴롭고 거문고 소리 약해질 때 흥은 더욱 높아진다.
길거리 바람이 눈을 말아 올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깊은 봄날 붉은 장막 속의 한 줄기 등불.
남루(南樓)의 가무 북루(北樓)의 거문고,
기염(崎艶)과 관주(關姝) 누가 가장 어여쁜가.
이곳이 정이 많아 괴로운 사람의 거처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느다란 등불 밖으로 비녀만이 남아있구나.
또 말하길, 금비녀 베개에 부딪혀 쟁그랑하고 울린다 하지만, 이 구절처럼 담박한 뜻이 짙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청 요릿집을 소재로 4편의 한시를 지었다. 당시에 청루에 소속된 ‘인천의 제일 가인(佳人)이 어떤 사람에게 팔려 경성으로 갔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일본주루에 나타난 신선인 듯한 분위기는 간데없고 ‘악기 소리 끊겨’ 있고 ‘구운 고기는 식었고’ ‘요염한 여인들과 어지러이 엉켜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자들이 ‘호화롭게 놀면서 속물적인 연회를 벌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라 ‘누각의 미인에겐 술은 눈물과 같고, 노래는 괴롭기만’ 할 뿐이다. 일본인 요코세 후미오(橫瀨文彦)에게 청루의 음식이나 유흥공간은 일본의 경우와 달리 부정적으로 보였다는 점을 위의 한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조선가>
▲ 인천부도유곽 | ||
무늬를 놓은 돗자리와 주렴은 대부분 수자(壽字)를 새겼고,
소리 높여 기뻐하면서 손님을 맞는다.
행인이 시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통을 호소하니,
허리에 두른 한전(韓錢)의 무게가 몇 근이던가.
또 말하길,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지 않을 수 없다.
달빛은 곱고 등불은 어두운데 이 한 밤 어이할고,
좁은 거리는 적막하고 지나는 손님도 드물구나.
옆 사람을 언뜻 보니 여우인가 귀신인가,
비단 치마 깁으로 만든 모자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한시의 소재였던 ‘조선가’는 탁포, 화개동, 답동, 용동, 화동 등 각국 거류지의 동쪽 끝에서 청국거류지의 북쪽 경계인 만석동을 총칭한 것이다. 일본조계나 청관조계와 비교해 요릿집이라 할 만한 것이 등장하지 않는다. ‘소리 높여 기뻐하면서 손님을 맞는 곳’이 일반 상점이거나 음식점일 수도 있다. 다만 ‘달빛은 곱’지만 ‘등불은 어둡’고 ‘좁은 거리는 적막하고 지나는 손님도 드물’ 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을 언뜻 보니 ‘여우인가 귀신인가’라는 부분에서 조선인 혹은 그 거리에 대한 저자의 시선을 명징하게 읽어낼 수 있다.
< ※ 자료제공=인천시 역사자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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