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의 꺼지지 않던 골목길’이란 제목의 벽화처럼 한때 묵호는 동해안 제1의 무역항이었다.
무연탄과 석회석의 해외수출 항구이자 어업 전진기지였던 것.
허니 자연스레 전국에서 뱃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남자들은 오징어잡이 배를 탔고 무연탄 공장에서 석탄을 날랐다.
아낙들은 어시장에서 밤새 생선의 배를 갈랐다. 그래서 항구는 밤낮없이 흥성거렸다.
묵호의 찬란했던 시절, 뱃사람들은 일이 끝나면 좋은 기분에 술을 한잔하곤 했다.
영화로웠던 시절은 모두 지난 일이 되었지만, 그들의 넉넉한 웃음이 끊이지 않던 골목길은
지금 논골담길 담벼락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겨져 있다.
“이제는 보라색 조가비랑, 내 아버지 젊은 시절 팔뚝처럼 철철 힘이 넘치던 물고기랑
먹빛 눈물점이 슬펐던 목포집 주모랑… 열이, 철이 내 친구들과 내 누이도 모두 떠나고,
기억의 눅눅한 막국수 같은 호수만 남았네. 기억하리라! 정든 묵호!”
그를 대변하듯 쓰여진 시 한편이 눈길을 끈다.
주렁주렁 덕장에 명태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노래를 하는 명태합창단과 묵호의 모든 상징들을
담은 묵호지게라는 이름의 벽화도 볼거리.
이
묵호가 잘 나가던 시절 물고기가 너무 많이 잡혀 바닥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화는 묵호와는 땔 수 없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고 다녔던 장화가 담벼락에 가득 그려졌다.
름하여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없인 못산다’.
재치 넘치는 제목에 절로 웃음이 난다.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자리한 논골상회. 옛날 논골담길의 슈퍼였던
이곳은 높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던 주민들의 유일한 편의시설이었다.
그 옛날 있었을 빨간 전화기, 까만 연탄, 70년대 액션스타였던 김희라 주연의 영화포스터 등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들이 실물과 똑같이 그려져 있다.
묵호의 별미를 소재로 그려진 벽화도 있다.
바로 주렁주렁 양미리. 양미리를 잔뜩 말리고서 맛있게 구워먹는 손들. 보기만 해도 구수하다.
논골담길의 어르신들은 가파른 계단을 지나 높은 집에 가려면 마을의 길에 앉아 몇 번이고 쉬었다 가야했다.
그들을 위하는 마음에 마련한 조금은 유머스러운 벽화도 그려넣었다.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물론 그림 속 어르신들의 표정이지만, 왠지 모를 편안함 · 안락함이 느껴져 보는 이들의 마음도 편안해진다.
논골담길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묵호벅스.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쉴 수 있는 논골담실의 오아시스26번지,
잠시 앉아 목을 축일 수 있는 이곳은 묵호벅스라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담벼락에 소주와 오징어, 그리고 묵호표 커피가 상 위에 짜르르 올라와 있는 모습도 웃음을 자아낸다.
땀도 식힐 겸, 묵호항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묵호벅스에서 커피나 차 한잔 마시며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묵호벅스 바로 옆에는 ‘다라아줌마’ 라는 벽화도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집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일 끝내고 힘겹게 오르는 길,
어느새 나와서 뒤를 졸졸 따라오는 강아지가 논골담길의 엔돌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논골담길은 여느 곳처럼 예쁘게만 색칠되어진 단순한 벽화마을이 아니다.
어제와 오늘을 살고 있는 묵호 사람들의 파란만장했던 삶이자,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놓여져 있는 길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논골담길은 마을의 꼭대기에 빛나는 묵호등대처럼, 언젠간 다시 빛날 묵호를 그리며 함께 만들어가는 희망인 셈이다.
오르락내리락 몇바퀴 돌고나니 숨이차다
이길을 매일처럼 오르는 노인들이 계신다
모두가 노인들만 거주하는지 집모양이 그렇다
잠시 며칠만 다녀가라해도 불편할 것 같은 집들이다
겨우 한사람 걸어야 할 골목 가파른 언덕
비나 눈이 내리면 꼼짝도 못할 그런곳
벽화마을이 전국으로 만들져 몇군데 다녀봤지만
아기자기 이야기가 있는 마을 묵호논골길이다
주제가 있으며 산동네라 해도 알릴수 있을만큼 정돈되고 깨끗한 동네
하늘아래 첫동네다
이동네를 보존하고자 묵호시에서 노력한단다
언제라도 찾으면 단장된 이쁜마을과 등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촬영일자:2011년12월19일
촬영장소:강원도 동해시 묵호동 산2번지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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