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창 / 고운봉[1963]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 맺힌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 날도
지금은 어데로 갔나
찬비만 내린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울어 본다고 다시오랴
사나이의 첫순정
그대와 둘이서
희망에 울던 항구를
웃으며 돌아가련다
물새야 울어라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추억이나마 건질손가
선창아래 푸른 물
그대와 둘이서
이별에 울던 그 날도
지금은 어데로 갔나
파도만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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